뉴스폴 김종익 기자 | 현대자동차와 영국 테이트 미술관의 장기 파트너십의 일환으로 열리는 '현대 커미션: 이미래: Open Wound' 展이 이달 9일(수, 현지시간)부터 내년 3월 16일(일)까지 개최된다.
'현대 커미션(Hyundai Commission)'은 현대자동차와 테이트 미술관이 현대미술의 발전과 대중화를 지원하기 위해 2014년 체결한 장기 파트너십에 따라 진행되는 전시 프로젝트로, 테이트 모던(Tate Modern)의 대규모 전시장 터바인 홀(Turbine Hall)에서 매년 새로운 예술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2015년 아브라함 크루즈비예가스(Abraham Cruzvillegas), 2016년 필립 파레노(Philippe Parreno), 2017년 수퍼플렉스(SUPERFLEX), 2018년 타니아 브루게라(Tania Bruguera), 2019년 카라 워커(Kara Walker), 2021년 아니카 이(Anicka Yi), 2022년 세실리아 비쿠냐(Cecilia Vicuña), 2023년 엘 아나추이(El Anatsui)에 이어 올해는 이미래(Mire Lee)가 아홉 번째 현대 커미션 작가로 참여한다.
서울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미래 작가는 철재, 시멘트, 실리콘과 같은 산업 재료를 붓거나 떨어트리고 부풀리는 등의 과정을 통해 발견할 수 있는 재료와 형태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관람자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에도 영향을 미치는 조각의 힘을 활용해 예술의 경계를 확장해 왔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영국에서 선보이는 첫 번째 대규모 전시로 과거 화력 발전소였던 건물을 개조해 탄생한 미술관인 테이트 모던에 깃든 영국 산업의 역사에 주목해 전례 없는 규모의 설치 작업으로 아름다움과 기괴함이 공존하는 생산 현장으로 전시 공간인 터바인 홀을 재구성했다.
전시장 내부는 '피부(Skin)'라고 표현된 직물 조각 작품들이 49개의 금속 체인에 걸려 천장으로부터 늘어뜨려져 있으며, 터바인 홀 끝에는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재가동된 옛 크레인에 7미터 길이의 터빈이 매달려 있다.
과거 화력 발전소 심장부에 위치한 터빈 장치와 더불어 작가는 전시장을 가로지르며 홀 중앙을 연결하는 다리 겉면의 일부를 제거해 내부 구조를 드러냄으로써 공간이 가진 과거의 기억을 일깨우고자 했다.
또한 짙은 분홍빛의 액체를 뿜어내는 실리콘 튜브가 회전하고 있는 터빈을 둘러싸고 있으며 튜브 아래 설치된 트레이로 액체가 모이고, 건축용 그물망과 같은 섬유 조각들이 액체를 흡수해 새로운 피부 조각으로 탄생하는 모습을 선보인다.
전시 기간 동안 이렇게 만들어진 조각을 현장 기술자가 건조대로 옮기는데 이 모습이 마치 장인이 작업을 하는 모습 같으면서 동시에 공장의 생산 라인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한, 피부 조각들이 걸려있는 풍경은 과거 석탄 광부들이 도르래에 옷을 걸어 작업복을 말리던 일과 휴식 사이의 경계 공간인 탈의실을 연상시킨다.
작가는 천천히 회전하는 터빈에서 인간적인 요소를 발견하고 전시 기간 동안 점진적으로 늘어나는 '피부' 조각들로 건물이 점차 허물을 벗는 듯한 상황을 연출했다.
이를 통해 인류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동시에 인간의 손길과 보살핌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역사의 성장과 쇠퇴의 과정을 탐구하고자 했다.
산업 재료를 사용하는 이미래 작가의 독창적인 시각 언어가 반영된 이번 전시는 인간과 기계, 부드러움과 단단함, 내부와 외부, 개인과 집단 사이의 조화와 갈등을 경험하는 기회를 마련해 강렬한 감정적 반응을 유도한다.
특히 관람자는 마치 신체의 내부를 연상케 하는 이번 전시를 감상하며 작가의 의도에 대해 공감을 하면서도 동시에 불편함을 느끼는 등 상충하는 다양한 감정을 마주하며 자신의 몸을 관통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불확실한 미래에 함께 맞서며 경험하게 되는 정서적, 신체적 영향을 고찰하고 인간의 불안과 희망을 동시에 살펴본다.
이번 전시 진행은 테이트 모던 국제 미술 큐레이터 알빈 리(Alvin Li)와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비랄 아쿠시(Bilal Akkouche)가 맡았다.
현대자동차는 이번 현대 커미션 전시에 대해 대비되는 요소들을 끊임없이 변화하는 공간 속에 병치함으로써 규정할 수 없는 관계의 복잡성을 드러내고, 불확실성의 시대에 상호 연결된 미래를 향한 존재의 본질에 대해 성찰하도록 영감을 준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자동차는 인간, 시대, 문화에 대한 종합적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예술을 후원함으로써 예술 생태계 전반의 발전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대 커미션 외에도 '현대 테이트 리서치 센터: 트랜스내셔널(Hyundai Tate Research Centre: Transnational)'을 후원함으로써 테이트 미술관을 비롯해 테이트 미술관과 협력 중인 전 세계 미술관 및 연구기관에서 진행하는 심포지엄, 세미나, 워크숍 등을 지원하며 동시대 미술 및 미술사 정립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여러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또한 국립현대미술관(MMCA), 미국 LA 카운티 미술관(LACMA), 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과 협업해 다양한 아트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현대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에 대해 활발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